2007년 1월 20일(금요일) - 36주 + 3일
그날 그시간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그릇을 씻고 있어서 다른 일이 발생해도 사실 잘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주 약하게 ‘두두두두두.......’하는 마치 북치는 듯한 소리가 빠르게 반복적으로 들렸다.
그 때, 안방에 누워서 TV를 보던 아내가 얼굴이 빨개진 채 크게 놀란 듯 뛰쳐나왔다.
“오빠 ~ 못 느꼈어?? 집이 흔들렸어!!”
나는 다소는 어처구니 없는 말에 “두두두두두두...... 하는 소리만 들렸는데??”하고 무성의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아내는 굉장히 심각하게 계속 말을 이었다.
“지진인거 같아? 아님 집이 이상이 있는 거 아냐? 분명이 내 몸이 흔들릴 정도였고, 노트북이 흔들거렸다니까!!”
평생 지진의 진동이라고는 느껴본 일이 없던 나는 “말도 안돼. 일본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큰 진동의 지진이 발생하겠어? 게다가 집이 흔들릴 정도였다면 동네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와서 말많은 아줌마들이 난리가 나있지, 주변이 이렇게 조용하겠어?”
강한 부정의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불안해서 안되겠는지, ‘밖으로 피신을 가야하는 건 아니냐는 둥, 불안해서 잠을 못자겠다는 둥’ 수선을 떨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같은 진동은 없었고 동네 주변도 지나치게 조용하니, 아내도 다소는 진정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아내는 바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으로 들어갔다. ‘인천 기상청’에 접속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인천 기상청은 계속 다운만 될 뿐 접속이 되지 않았다.
아내는 접속이 폭주해서 다운되는 거라며, 분명히 지진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에게 114에 연락해서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인천 기상청’에 연락해보라고 했다.
나는 “인터넷 접속이 폭주해서 다운된 거라면, 전화도 안될 거”라고 미뤘다.
그 때, 아내는 ‘중앙 기상청’에 접속하더니, 크게 소리 질렀다.
‘중앙 기상청’에는 <강원도 강릉시 서쪽 20㎞ 부근에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 발생! 수도권까지 여파>라는 속보가 떠올랐다.
우리는 즉시 강릉에 계신 장인어른께 전화를 드렸다. 장인어른은 채 묻기도 전에 지진이 발생했다고 흥분해서 말씀하셨다. TV 위에 올려 놓은 인형들이 다 쓰러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 이후가 되어서야 TV 방송에서도 속보들이 뜨기 시작했고,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진이 일어난 정확한 곳은 강원도 평창 진부이고, 강원도 지역은 집 벽이 갈라지는 곳이 생겼을 정도였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은 무론 전국에서 3 ~ 4 초 가량이 진동이 감지됐다’고 한다.
이제 모모가 태어날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확인됐다. 큰일이다! 아름답고 평화롭기만 해야 할 모모의 세상에 그동안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지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치게 됐다니......
이제부터는 지진 대피도 충분히 훈련을 해놔야 겠다. 모모가 태어나면 교육도 시켜야 겠고.....
그래도 다행이다! 모모에겐 예민한 엄마가 있으니....!!
'승모 이야기 > 아빠의 태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의 출산후기 2 -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16시간 (0) | 2009.04.06 |
---|---|
아빠의 출산후기1 - 입원 전날의 심정 (0) | 2009.04.06 |
예비엄마, 지진을 감지하다 (0) | 2009.04.06 |
본격적인 출산준비를 해야한다 (0) | 2009.04.06 |
엄마의 아픔을 한번에 날려버린 "뱃속아기의 힘" (0) | 2009.04.06 |
아기와 함께하는 첫 해, 2007년의 해가 떠오르다 (0) | 2009.04.06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