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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출산후기1 - 입원 전날의 심정

2007년 2월 4일(일요일) - 38주 + 4일


오늘은 입춘! 명리학에 의하면, 오늘부터 ‘황금 복돼지 해’가 시작된다고 한다.
크게 맘에 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우리 모모도 황금 복돼지 해의 아기’라고 생각하니, 기분은 참 좋다!!
‘황금 복돼지’가 상술이든 아니면 미신이든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모모가 재복을 타고 난다고 하니, 그 좋은 복을 받았다’고 하는 기쁨을 갖게 하는 것. 그것 자체가 좋은 것이고, 우리 아내가 기뻐하니 더욱 기쁜 일일 뿐이다.

여하튼, 우리 모모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춘을 하루 지나서 세상에 나올 듯 하다.
내일 아침 8시면, 아내가 출산을 위해 입원을 한다. 아직 예정일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자그마한 몸의 산모에 비해 아기는 나날이 커 나가니 안전한 분만을 위해 ‘유도분만’을 할 것을 원장선생님이 권하셨고, 아내와 나는 두 말 하지 않고 동의했다.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건 아내가 건강하게 출산하는 것이니까.....

곧 출산을 할 예정이어서 인지, 아내도 평소보다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그제 새벽에는 진통을 하는 듯 힘들어하며 한 숨도 자지 못했다. (덕분에 나도 잠을 설쳤다.)
혹시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메모지와 시계를 옆에 두고 진통 시간과 간격을 수시로 재보기도 했다. 약 15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게 진통인지, 가진통인지 몰라서 어쩔 줄 몰라하기도 했다. (사실은 첫 출산이라, 이게 진통인지 뭔지도 잘 모르니 두려움은 더 컸다.)

새벽 4시 40분 경, 화장실에 갔다온 아내는 “이슬을 봤다”고 말했다. ‘이슬’은 출산의 조짐이라고 한다. 어떤 산모는 이슬을 본 후 얼마 안되서 진통을 겪고 아기를 출산하기도 한다고 하니......
그래서인지, 아내와 나는 더 긴장이 되곤했다.
어제 새벽에도 아내는 꽤나 힘들어했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부지런히 걷기도 하고, 마지막 출산 준비를 위해 승용차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굉장히 피곤해했고, 배는 상당히 뭉쳐져 빵빵하고 단단해져 있었다. 아내와 나는 “혹시나 혹시나....” 불안해 하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하루 종일 ‘경건한’ 출산일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준비를 하는 하루를 보냈다. 사실 마지막 준비란 건 별 건 없다. 출산용품도 다 준비했고, 병원에 갈 때 가지고 가야할 물품들도 미리 다 싸놨고, 심지어는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갈 때 가져가야할 물품들도 미리 다 싸놨다.
아내와 내가 오늘 하루 마지막으로 준비한 것은 ‘힘을 내기 위해’ 몸보신을 하는 것이었다.
아침은 미리 준비한 굴밥과 굴전, 생굴 등 굴요리, 점심은 삼겹살, 저녁은 돼지찌개,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먹을 삼겹살을 준비했다.
그리고, 우리는 차분히 내일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내는 약간은 마음이 허전한가 보다. “이제 우리 아기랑 한 몸으로 있는 마지막 밤일지도 몰라”하면서 약간은 우울해 하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울적해진 아내를 짓궂게 핀잔을 주었지만, 나도 약간은 긴장이 되고 설레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내일부터 시작될 큰 일에, 우리 아내가 많이 힘들지 않아야 할텐데....”, “내가 아주 듬직하고 확실하게 남편과 아빠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할텐데....”

사실은 이런 약간은 불안하고 설레는 맘은 며칠 전부터 시작됐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짬을 내 당구를 칠때도, 간단하게 술 한잔 할 때도, “이게 이제는 당분간의 마지막 당구, 마지막 술 이겠구나” 하는 새삼스런 생각에 약간은 마음이 서정적으로 되기도 했고, 적지 않았던 시간동안 배가 산만하게 불러가며 고생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에 뜬금없이 “진교야,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세상에 처음 나오는 우리 예쁜 아기를 만나기 위해 마지막 밤을 보내려고 한다.
나도 드디어 아빠가 되는 것이다.
모든 아빠들이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은 약속을 했겠지만, 나도 아주 크게 나 자신과 세상에 약속해본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큰 노력을 기울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게 우리 아들을 키울 테야! 그리고, 그동안의 부족함까지 다 합쳐서 우리 아내를 사랑해줘야지!”

“사랑한다. 우리 아내 진교여!
사랑한다. 우리 아기 모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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