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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기 몰래 먹는 라면

2006년 10월 1일(일요일) - 20주 + 4일


요즘, 아내와 나 사이에 가장 큰 신경전 중 하나가 ‘음식 문제’다.

첫째는 지나치게 잦아진 식욕을 막는 일이다. 입덧을 마친 아내는 식욕이 왕성해졌다. 막상 먹을 때는 조금밖에 못 먹지만, 먹고나서 돌아서면 속이 허함을 느낀단다. 그리고 수시로 식욕이 생긴다나? 그러나, 모모의 건강을 위해서도,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도 ‘지나친 음식섭취는 안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도 계셨고 아내의 몸무게도 약간은 걱정스럽게 불어나 있었다.
그러니, 허기를 호소하는 아내와 냉정하게 불가를 외치는 나 사이에 애정어린 냉전이 오가기도 한다.

둘째는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을 가리는 일이다. 아내는 다행히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처럼 ‘아주 구하기 힘든 음식’이나 ‘아주 고가의 음식’ 등을 먹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특이한 건 임신 전의 식성과는 전혀 다르게 바뀐 것이고, 식성의 변덕이 강해져 먹고싶은 것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든 문제는 ‘아기나 아내의 건강에 안 좋을 것이 확실한 음식을 먹고싶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맥주, 사이다, 커피, 라면, 피자, 초콜릿 등이다.
어느 날 슬며시 “먹고 싶은 걸 안먹으면 그 스트레스가 건강에 더 안좋다는데.....”하며 아내가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면, 나는 야멸차게 꾸지람을 하곤 한다.

그래서 난 요즘, ‘먹어서는 안되는’ 그렇지만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은 아예 집안에 들여다 놓지 않는다.
집에 커피나 탄산음료, 술 등이 없어진지 오래고, 집에서 라면을 안 먹어 본지도 꽤 됐다.

그런데, 오늘 모처럼 아내가 없는 집에 홀로 있게 됐다.
라면을 사다가 끓여 먹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먹는 라면이 맛나기도 했지만, “먹고싶은 걸 못 먹는 아내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교야, 조금만 참아 ~ 다, 우리의 모모를 위해서니까. 나중에 맛난 거 많이 사줄게 ~”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음식문제는 ‘제대로 음식을 먹을 조건이 부족한 문제’인 것 같다. 나는 출근하고 아내는 공부하러 가게 되면, 아내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보통 때도 혼자 밥먹으면 밥맛이 떨어져 잘 먹지 못할텐데, 홀몸이 아닌 아내가 오죽하랴...... 더구나, 아침을 안먹는 나와 달리 아내는 모모를 생각해서 꼭 아침을 먹고 나가는데, 국이 없으면 목이 막혀 잘 못먹는다. 저녁이라도 고단백질을 먹어야 하는데, 그 또한 내가 잘 준비해야 하는데 잘 못할 때가 많다.

모든 게 다, 내가 사무실에서 바쁜 일이 있으면 일찍 들어오질 못하기 때문에 아내와 모모가 먹을 음식을 잘 챙겨주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다.

여하튼, 지금이 영양공급이 중요한 때이고, 아내와 아기의 건강에 중요한 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더욱 더 아내의 식사에 만전을 기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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